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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혓바닥 - 이 시하

다음에는 2009. 8. 8. 08:16

 

Isis 
 
 
 

푸른 혓바닥  - 이시하 

 

엄마의 생도 가끔은 뜨거워야지   너무 오래 밥물 냄새만 풍기며 살았잖니

손톱 끝에 물든 이 붉은 김칫물도

오늘은

박박 지웠으면 좋겠구나

잘 정리된 하루를 헝클고 싶구나 

다녀올게, 늦지는 않을 거야 

문명의 네온사인, 협잡꾼들, 주정뱅이들이

아침 해의 붉은 살점을 썰어놓고

예술의 멱살을 쥔 채 술잔을 부딪는 곳

미쳐야지,

어서 미쳐야지,

 

어젯밤 꿈에 내 엄마는 흰 꽃 묶음으로 엄마의 목을 졸랐단다  

히히히, 간지러워요 좀 더 세게 조르세요

거짓말쟁이들이 뱀의 혓바닥을

다 뽑아가

이제 뱀은 벙어리가 되었단다

혀 없는 뱀의 아가리를

명주실로 꽁꽁

묶어

놓았단다

 

어디에요 엄마, 어디에요 엄마,

귀 막아도 들리는 너의,

혹은 나의 , 불안한 목소리,

나가야지,

여기서 나가야지 

엄마는 아름다운 혀가 갖고 싶을

뿐이란다

풀물이 든 푸른 혓바닥이면

얼마나 좋겠니

국화향기 나는 혓바닥이면 얼마나 좋겠니

뱀의

아가리 속에는

비상구가 없단다.


 


 Kiss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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