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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6일: 겨울 편지 - 박 세현

다음에는 2012. 12. 16. 05:42

겨울 편지 . . . 박 세현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 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 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애를
당신의 잔 기침 곁에

앉아 녹이고

싶습니다.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에 관해
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해

 
당신의 속상한 침묵에 관해
이제 무엇이든,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첫 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 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의 바람벽에 . . . . . . . . . . .   등불을 걸고 싶습니다.

 

 


*시인 박 세현 : 1953년 강릉 생,
1983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

< 치악산>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 <오늘 문득 나를 바꾸고 싶다> <길 찾기> <정선 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