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주택
아버지의 몸에선
바람소리가 들린다
늦가을 바람소리가 들린다
추수 끝난 빈 들판에 선
허수아비의 아랫도리
마른 수숫궁대
서걱이는 소리
그게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버지의 음성이다
소리 없는 침묵의 공간을
홀로 살아온 거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황토흙 속에 원죄인 양
지게 하나 걸머지고
그걸 지탱하고 살아온 거다
소나무 등걸처럼
생로병사의
70 성상이
염주처럼 꿰어진 육신
아버지의 몸에선,
분명
바람소리가 들린다
늦가을 바람소리가 들린다
Gia Tin Smurni / Stamatis Spanouda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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