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좋은 시 모음

홀로 지새우는 밤

다음에는 2011. 6. 13. 06:39

범상치 않은 일로만 얘기 삼던

TV도

시계침에 밀려 끝이 나고

왜소를 느끼던 나 혼자서

냉수 잔을 손에 들고

리빙 룸에 홀로 앉은 이 밤은

아 -  행 복해라

 

손해 본 일에 마음이 아픈 아내가 잠든 이 밤

가진것과  못가진 것이 별로 차이가 없는 이 밤은

아 -  즐거워라

 

할 일도 못할 일도  구별없이  내일로 털어버린

무소유의 이 밤에는 진정

내가 나를 가진것 같아  신바람이 난다

 

단단히 마음먹고  모든것을 되도록 멀리

던져 버릴수록

모두가 내게 다가와  마주 앉는 감각의

이 밤

내 속을 끓이는 분노도  슬픔도

지구촌 저쪽의 가슴 아픈  참상도

어둠 속 너머로 묻어주는  깊이

넉 넉한  안락의  두터운 폭

 .

세상살이도  이방인이요 ,  이민살이도 이방인이고 보면

어제의 대 사건도  일년 전의 소식처럼

별 감흥이 없다

섞어서 마신 포도주와 위스키가 얼음에 잠기고

시간이 흘러도 섞이지 않는다 . .

섞이지 않은 얼음물은  홀로 남는다 . .

 

홀로 남은 이 밤이여 -  침묵으로 도 정이 넘치는 동무여 -

이 밤은 50년 아쉬운 세월마저  끊어낸 손톱처럼 아쉽지 않다

내가 내어 쉰 숨소리도  영원으로 통한 듯

여운을 남긴다

부활의 예수님이 내 곁에 안보이는 건  당연하다.

빔이 지새도록 .. 인식의 고리를  묶어보고 . . 또 풀어보고 . .

 

진정 자유롭게  공간을 날아 다니는  밤의 자락

어둠속의 빛이여 . . 

 

1997년  7월 1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