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깎으며
詩. 김은영
살아서 청춘을 꿈꾸던 나는
이젠 버려진 나무만 보면
손끝이 근질거린다.
나무 속 나이테 하나씩 벗겨내고 나면
껍질 속 썩어있는 곳을 도려내고 나면
나를 향한 미움도 근심도 태워질까
나무를 만지면 생명감이 치솟는다.
하늘을 향해 오르는 나무처럼
두 팔 벌려 세상을 보듬듯
누군가의 둥지를 위한
간절한 삶의 몸짓이다.
버려진 나무껍질처럼 육십이 다되어
아무 볼품없는 나는 이제 나무에게 말한다.
천년을 견디고 참아온
전설이야기를 나무에게서 듣는다.
오늘도 질긴 하루에 집착을 버리고
죽은 나무를 깎는다.
출처 : 김은영 시집 - 누구나 시인이 살고 있다
글쓴이 : 김은영 시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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